이제서야 풀리는 실마리.
안녕하세요, 제가 ADHD에 대해서 처음으로 오픈해보네요.
저는 살면서 제가 한번도 ADHD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었어요. 근데 20대 중반을 넘어가니까 문득 뭔가 보이지 않는 게 저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지인들이랑 저랑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죠. 다른 사람도 당연히 이런 거 아닌가? 어릴 때부터 유독 특이하다는 말은 많이 듣긴 했는데, 거의 다 좋은 쪽이어서 문제라고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병원방문 계기]
몇 년간 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그 이유가 알고 싶어서 병원에 가게 됐어요. 왜 내가 이런 건지, 이게 정상인 건지, 수많은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뇌과학을 배워가면서도 저는 ADHD를 아예 몰랐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제 뇌가 고장이 난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서 상담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병원에 가니까 뇌파 검사랑 2시간 정도 각종 검사를 하는데,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막 스릴 있게 난이도 조절하면서 검사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진짜 재미없고 지루한 테스트가 있었는데, 아우, 이거 왜 하고 있지? 밖에 비 오고 구급차 소리까지 나서 더 스트레스 받았어요. 병원 가기 전에는 스트레스도 뭔지 몰랐는데!
테스트 끝나고 선생님이랑 상담했는데, 전두엽 쪽 뇌파는 정상인데 충동형 ADHD가 많이 의심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안이 벙벙했죠. 뇌파 검사에서 소리 관련된 부분에 좀 많이 예민한 게 파악된다고도 하셨는데, 원래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ㅋㅋㅋ
[약 복용 전 후 ]
아무튼 콘서타를 처방받고 약 먹은 첫날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진짜 신기한 경험을 했거든요. 제가 보고자 하는 것들이 초점이 딱 잡히고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수많은 타임스퀘어 광고판 보다가 갑자기 모든 광고판이 꺼지고 중앙에 딱 1개의 광고판만 켜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놀라서 선생님께 부작용인 줄 알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집중하는 거래요… 인생 절반 손해 봤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몸소 느꼈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고 분했어요. 너무 억울했어요.
[나와 화해 그리고 새 출발]
그래도 처음으로 저랑 화해하는 계기가 됐고, 놀랍게도 제가 살아가려고 했던 활동들, 운동, 독서, 찬물 샤워, 자기계발 같은 거 있잖아요? 그게 알고 보면 나는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남들은 저만큼 그런 활동하면서 희열을 못 느끼는데, 어쩌면 저는 그런 활동을 해야 그나마 건강한 뇌를 쓰는 느낌이 들어서, 그 역체감이 일반인에 비해 완전 극대화됐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조금 움츠리고 있지만, 진단받고 진짜 많이 좋아졌어요. 부정적인 생각, 자책, 감정 조절, 자존감 같은 거… 조금조금씩 저만의 방법을 찾아 나아가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약은, 제 생각엔 그냥 검정색 액체로부터 나올 수 있는 힘을 잠시 도와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약을 통해 그 검정 액체에 빠져서 숨이 막혔을때 빠져나올수 있게 서포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삶의 도구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댓글 3
대학교 때 학교안에 상담센터에가서 ‘저는 남들이랑 좀 다른거 같아요..’ 하니까 상담쌤이 ‘여기 오는 사람들 다 그말해요’라고 해서 내가 자의식과잉 무리에 속하는 줄 알았죠
근데 진짜 다른거였어요ㅋㅋㅋㅋ
그리고 현님 마지막 검정색 액체이야기... 딱 제 생각입니다 ㅎㅎㅎㅎ 곧 올라갈 영상에서 제가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금방 금방 나만의 노하우를 습득해나가시고 메타인지도 좋으시구 엄청 똑똑하신거같아요~~! 기대됩니다!!
약 먹은 첫날 잊을 수 없죠 ㅠㅠ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게 되고…. 5분마다 의미 없이 핸폰 보면서 공부하던걸 2-3시간동안 책만 보고 2주치 분량 끝내고 나서 책 덮고 엉엉 울었어요 ㅠㅠ
너무 억울하고 또 대견하고…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6개월 정도는 방황했던거 같어요…
토닥토닥 정말 많이 해줬어요 저를
그리고 그 시기에 남편한테 엄청 화를 많이 냈던거 같애요 ㅋㅋ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도 짜증나고 아무도 나를 비난 하지 못하도록 제가 저를 지키는 시간이였던거 같아요 ㅋㅋ
약 먹으니 그동안 참고 못했던 말도 막 할 수 있게 되서 한동안 발작 수준의 분노가 올라왔던 거 같아요 ㅋㅋ
나 건들지마!!! 이런 느낌??!!
지금은 분노게이지가 많이 내려왔고 잊을 수 없을 거 같던 것들도 잊고 살고 있어요.
저는 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라고 생각해요.
복용기간은 다들 다를 수 있지만 약을 먹어본 사람이 되어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상인들의 삶은 어떤지를 알고는 있어야죠 ㅋㅋ
그리고 나서 단약을 결정하든 지속하든 한번은 정상적으로 세상을 마주해보길 바라는 마음이여서 약팔이같이 권유를 많이 하고 있어요 ㅋㅋ
4차원의 특이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던 그 수많은 시간들을 지나 이제 여기서 다시 시작해봐야죠…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