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을 먹는데 왜 저녁만 되면 이렇게 지칠까요?
ADHD 약을 복용하면서 제가 정말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약효가 떨어지는 저녁 시간이 되면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분명 괜찮았습니다.
집중도 잘되고, 해야 할 일도 하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합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갑자기 몸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 요즘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해졌지?”
운동도 해보고 체력을 키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이상하게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ADHD 당사자분들과 오랫동안 소통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저는 원래 체력이 너무 약해요.”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항상 만성피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나는 원래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을 먹은 뒤 우리의 하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요.
콘서타는 ‘체력을 만들어주는 약’이 아닙니다
콘서타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수송체를 억제해,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배터리 자체의 용량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새고 있던 전력을 필요한 곳에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을 먹고 집중력이 올라갔다고 해서 갑자기 내 몸의 체력이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체력이 같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ADHD 약이 잘 맞으면 사람이 정말 많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누워서 휴대폰만 보다가 하루가 끝났는데, 이제는 방을 정리합니다.
미뤄두던 일을 시작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고, 업무를 처리하고, 운동도 합니다.
씻는 것조차 귀찮아서 계속 미루던 사람이 제시간에 씻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즉, 실제로 하루 동안 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집중력과 실행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서
체력, 회복력, 시간 관리 능력, 에너지 관리 능력까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예전과 똑같은데 하루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자극제 계열 ADHD 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식욕 저하와 수면 문제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활동량은 늘었는데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낮에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끼니를 넘깁니다.
그리고 밤에는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는데, 음식으로 공급받는 에너지와 잠을 통해 회복하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당연히 계속 반복되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약을 복용하고 식욕이 줄었다고 해서 살 빠진다며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낮 동안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진 저녁에 식욕이 크게 올라올 수도 있고, 컨디션 관리도 어려워집니다.
양을 많이 먹지 못하더라도 식사 시간을 크게 놓치지 않고 단백질과 필요한 영양소를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 복용 후 식욕 저하, 불면, 근육 긴장이나 통증 등 불편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혼자 참기보다 처방한 의료진에게 꼭 이야기해야 합니다. 약의 종류나 용량, 복용 시간에 따라 경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되면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일부 사람들은 약효가 줄어드는 시간대에 피로감이나 짜증, 집중력 저하 등이 두드러지는 경험을 합니다.
흔히 이를 리바운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저녁에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꼭 그 순간에 갑자기 피로가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낮 동안 이미 피로는 계속 쌓이고 있었습니다.
약 덕분에 해야 할 일을 조금 더 잘 수행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영양 부족도 쌓여 있습니다.
전날 충분히 자지 못했다면 수면 부족도 있습니다.
거기에 하루 동안 업무와 인간관계, 이동, 집중으로 사용한 에너지까지 더해집니다.
그러다 약효가 줄어들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느끼던 피로가 한꺼번에 체감될 수 있습니다.
ADHD 약은 피로를 없애주는 약이 아닙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오히려 이런 쪽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피곤하고 귀찮아도 바로 누워서 모든 일을 포기했다면, 약은 어느 정도 피로한 상태에서도 해야 할 일을 시작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내가 낮 동안 버텼다고 해서 몸이 실제로 지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오히려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시간 관리와 자기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제가 ADHD 약물치료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시간 관리와 자기 모니터링입니다.
시간 관리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기록하게 됩니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
어제 몇 시간 잤는지.
아침과 점심은 먹었는지.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
언제부터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언제 가장 피곤했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서 유난히 지쳤는지.
이것을 하루 이틀 기록한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계획하고 저녁에 회고하는 습관이 쌓이면 내 컨디션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6시간 이하로 자면 다음 날 오후부터 급격하게 무너지는구나.”
“점심을 안 먹은 날은 저녁 폭식이 심해지는구나.”
“하루에 약속을 세 개 잡으면 다음 날까지 회복이 안 되는구나.”
“오전에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구나.”
이런 데이터가 하나씩 쌓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진짜 에너지 관리가 가능합니다.
시간 관리는 단순히 하루에 일을 많이 집어넣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야 무너지지 않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약효를 잘 쓰려면 ‘더 많이 하기’보다 ‘잘 회복하기’를 배워야 합니다
ADHD 약을 먹고 집중력이 좋아지면 그동안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해내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약효가 좋다고 해서 하루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며칠 뒤 완전히 방전됩니다.
중요한 것은 약효가 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약의 도움을 받아 내 생활 자체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제시간에 일어나고,
먹어야 할 때 먹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쉬어야 할 때 쉬고,
밤에는 다시 회복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생활 리듬을 만드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약물치료의 도움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 관리와 기록, 자기 모니터링을 ADHD 관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단순히 약만 먹으면서
“왜 예전처럼 효과가 없지?”
“왜 이렇게 피곤하지?”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수면, 식사, 일정, 스트레스, 활동량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제가 매일 계획하고 기록하고 회고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96페이지 ADHD 시간관리 전자책에 자세히 정리해두었습니다.
특히 충동적으로 계획을 바꾸거나, 며칠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는 분이라면 한 번 자신의 하루를 기록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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