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칼럼 > 칼럼

ADHD 뇌, 할 일 리스트 대신 타임블로킹이 답이었다

2025-10-04
6,003

 

 

“오늘은 진짜 다 해낼 거야!”

아침마다 다짐하며 할 일 리스트를 가득 적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늘 그랬습니다.

​

그런데 하루가 끝나면, 체크된 건 몇 개 없고 남는 건 자책감뿐이었죠. ADHD를 가진 제 뇌에겐 ‘끝없는 할 일 리스트’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ADHD 뇌는 흔히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 불리는 부분, 즉 우선순위 정하기·시간 관리·과제 전환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리스트만 늘어놓으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선택의 과부하가 찾아옵니다.

​

바로 이 지점에서 저를 구해준 게 타임블로킹(Time Blocking)이었습니다.

​

왜 할 일 리스트는 ADHD에게 잘 안 통할까?

​

할 일을 머릿속에만 쌓아두면 ADHD 뇌는 쉽게 과부하됩니다.

​

연구에 따르면 ADHD 당사자는 ‘내적 시간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반드시 외부화(Externalize time) 해야 한다고 합니다.

​

시계, 알람, 타이머, 그리고 눈에 보이는 시간표가 뇌의 보조 기억장치가 되는 거죠.

​

저 역시 단순한 할 일 적기에서 벗어나, “언제 무엇을 할지”를 시간표에 넣는 방식으로 바꾸자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

타임블로킹, 어떻게 하는 걸까?

​

타임블로킹은 말 그대로 하루를 블록(칸)으로 쪼개 예약하는 방법입니다.

​

예를 들어,

 

  • 10:00~10:30 → 보고서 초안 작성
  • 12:00~12:30 → 이메일 확인

​

이렇게 달력에 박아 넣는 순간, 선택의 고민이 줄어듭니다. “지금 뭐 하지?”라는 질문 대신, 정해진 블록만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

ADHD에게 특히 잘 맞는 이유

 

  • 선택을 줄여준다 → 결정 피로가 줄어듦
  • 시작 문턱이 낮다 → 25분짜리 작은 블록은 부담이 적음
  • 중요하지만 미루던 일 챙기기 → 운동, 공부 같은 장기 목표도 달력에 고정 가능

​

저는 이 방법으로 미루던 글쓰기 시간을 ‘오후 8시 블록’으로 정해두었는데, 놀랍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

ADHD 친화형 타임블로킹 실전 팁

​

여기서 또 영업비밀이자, 꿀팁 대방출 들어갑니다!

​

  • 블록은 25분 단위: ADHD 뇌의 집중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포모도로 타이머’처럼 짧게 끊는 게 유리합니다.
  • 하루 핵심 블록은 3~4개: 너무 많이 잡으면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저도 중요한 세 가지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여유칸으로 둡니다.
  • 완벽주의 버리기: 블록 안에서 다 못 끝내도 괜찮습니다. ADHD 관리의 핵심은 ‘완료’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 시각적 신호 활용: 캘린더 알림, 주방 타이머, 책상 앞 포스트잇 등 외부 신호가 집중을 돕습니다.

​

예전에는 카톡 확인하다가 반나절을 다 날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 블록은 자기계발, 오후 블록은 글쓰기”처럼 정해두니, 한 가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못했어…”라는 자책 대신 “다음 블록으로 넘어가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습니다.

​

ADHD 관리에서 중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시작입니다.

​

할 일 리스트에 파묻히기보다, 오늘 딱 하나, 25분 블록을 캘린더에 넣어보세요. 작은 블록이 모이면, 언젠가 하루 전체가 구조화되고 뇌의 혼란이 줄어드는 걸 느끼실 겁니다.

​

ADHD 뇌는 시간을 잊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시간을 보이게 만들고, 작게 쪼개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루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댓글

지식
ADHD가 키워야할 '내수용감각' | 아플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사람
10-1741
인사이트
ADHD가 두마리 토끼 잡는 법
10-1734
인사이트
ADHD, 나답게 살기 위해 겪어야하는 현실적인 일들
09-1581
인사이트
ADHD 약을 먹는데 왜 저녁만 되면 이렇게 지칠까요?
08-23117
일상기록
학점 2.6의 ADHD였지만, 40:1 경쟁률을 뚫고 공기업에 합격했습니다
08-23133
인사이트
ADHD 장점이 있을까
08-11157
인사이트
ADHD에게 동기부여란 어떤 것인가?
08-11179
칼럼
ADHD는 왜 늘 무리한 계획을 세울까?
08-01163
리뷰
여성 ADHD는 우울·불안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1
07-29307
지식
주의점멸현상, 그리고 명상이 도움이 되는 이유
07-23496
지식
ADHD는 왜 화가 많을까? 사람마다 다른 분노의 표출 방향+1
07-23529
칼럼
ADHD 콘서타를 복용후 더 지치는 이유
05-203792
칼럼
ADHD 치료를 받으면서 번아웃이 오는 이유
05-193691
칼럼
ADHD 약물치료, 과각성에 도움 되는 방법들
05-193792
지식
ADHD 콘서타 복용이 조증을 유발할수 있다?
05-193807
지식
ADHD약 콘서타 메디키넷 술 마셔도 될까? 음주의 위험성+1
05-193745
칼럼
집중력과 감정조절은 왜 연결되어 있는가
05-163488
칼럼
ADHD 약물치료 중이라면, 과각성을 관리하세요
05-103583
칼럼
한국 ADHD가 미국보다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04-264376
칼럼
ADHD와 알코올 의존의 위험한 연결고리
04-264754